심리학박사가 바라보는 세상

내란이 정당하다고 하는 김문수의 정치적 역설: 권력 앞에서 변하는 정체성의 심리학

마인드헌터(MindHunter) 2025. 5. 1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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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변신과 극우 행보는 단순한 개인의 노선 변경이 아닌, 한국 정치사의 모순과 권력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는 1980년대 노동운동가로 출발해, 2000년대에는 보수정당의 중견 인사가 되었고, 최근에는 극우 정치의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전환은 전략인가, 신념의 변화인가. 본 칼럼은 김문수의 정치적 궤적을 정치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1. 정치적 변절인가 전략적 계산인가

 
김문수는 서울대학교 시절 두 차례 제적될 만큼 강성 운동권 출신이며, 전태일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2002년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이후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활동하며 점차 강경 보수의 대변인으로 변모한 것은 단순한 신념 변화로 보기 어렵다.
 
이념적 급선회는 선거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보수정당의 안정된 지지 기반을 통해 정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은 그의 입장을 고착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즉,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 접근성이었으며, 이는 정치판에서의 생존 본능이 작동한 결과다.
 

2. 극우적 수사와 자기 브랜딩의 정치학

 
김문수는 각종 극우 집회에 참석하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소녀시대 쭉쭉빵빵' 발언, 일제 강점기 관련 역사 왜곡,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극단적 비난은 그 자체로 논란을 자초한 행위였다.
 
그러나 이 같은 언동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정치적 브랜딩의 전략적 도구로 이해할 수 있다. 선동적 언어는 기존의 보수 유권자뿐 아니라, 극우적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특정 집단에게도 강한 정서적 반응을 유도한다. 이는 선거에서의 득표 전략은 물론, 정치적 생존을 위한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3. 내란 논란과 전략적 침묵의 정치학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문건과 관련된 내란 기획 논란에 대해 김문수는 "민주당이 탄핵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책임전가이며, 내란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회피하고 당파적 논리에 의존하는 정치 행위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정치적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비상계엄 관련 인물들과의 정치적 연대를 드러내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사건의 중심에서 거리를 두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정치적 유동성을 고려한 포지셔닝으로, 보수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중도 유권자의 반감을 최소화하려는 계산된 행보다.
 

4. 심리학적 해석: 권력 추구 본능의 병리학

 
김문수의 궤적은 심리학적으로도 흥미롭다. 먼저, 과거 진보 성향과 현재 극우적 성향 사이의 괴리를 인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는 '뇌 구조가 바뀌었다'는 식의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해소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의 전형이다.
 
이러한 사례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의 전형을 보여준다. 권력 유지를 위해 도덕과 신념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이념을 재편하는 태도는 전략적 계산 능력의 발현이자, 도덕적 기준의 상대화를 의미한다. 정치노선 변경 시점이 자신의 의원직 생존과 정확히 맞물렸다는 점은 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반복된 낙선과 정치적 좌절 이후 극우 진영에 완전히 편입된 행보는 '사회적 정체성 재구성'이라는 심리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광훈 목사와의 밀착, 극우 유튜브 채널 출연 등은 기존 정치 정체성이 무너진 후, 새로운 인정과 정체성을 획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기혐오의 외현적 표현이자, 권력을 향한 중독적 심리의 결과물이다.
 

5. 결론: 권력의 거울에 비친 진실

 
김문수의 정치적 궤적은 단순한 변절이라기보다는, 권력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해온 이력이다. 그의 극우 행보, 막말 정치는 보수 진영 내부의 극단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한국 정치의 타협 없는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학적으로 그는 생존의 논리에 충실한 실용주의자이자, 심리학적으로는 권력에 집착한 자기 보존형 리더다. 김문수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모순, 권력 추구의 병리성, 그리고 정치인의 자기정체성 재편 과정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그가 보여주는 모호한 내란 관련 입장은 결국 한국 정치가 아직도 역사적 사건에 대해 도덕적 책임보다는 당파적 생존을 우선시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제 그 거울 속 왜곡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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