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박사가 바라보는 세상

구태정치의 유산을 끊지 못한 손학규의 선택

마인드헌터(MindHunter) 2025. 5. 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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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는 늘 ‘변화’를 말하지만, 실상은 ‘회귀’에 가깝다. 손학규 전 대표의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은 이 같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정치 원로의 판단과 행보는 때때로 시대정신의 등불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낡은 정치의 집합체로 전락해 민심과 괴리된 ‘구태정치’의 상징으로 남기도 한다. 손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후자에 가깝다.

1. 변화의 상징에서 구태의 아이콘으로

손학규는 한때 개혁과 중도의 상징이었다. 민주당계, 바른미래당, 심지어 독자 노선을 통한 제3지대 실험까지 감행한 그의 정치 인생은 다양성과 진정성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반복된 철회와 번복, 당권 장악 시도와 정계 복귀 행보는 점차 그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지우고 말았다. 그리고 김문수 지지 선언은 그 변화의 종착점이 결국 ‘구태정치’였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의 지지 선언이 갖는 문제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 원로가 보여야 할 ‘정치적 품격’과 ‘신뢰성’, 그리고 ‘일관된 가치 지향’이 철저히 결여된 결정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대선 후보를 언급하던 손학규가 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지지를 선언한 것은,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이는 결코 정치적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기보다, 남은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유지하려는 기회주의적 행보로 읽힌다.

2. 기득권과 서열, 그리고 구태

한국 정치가 ‘나이’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히 세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이 많은 정치인들이 보통 ‘구태정치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는 정치 행태 때문이다. 손학규와 김문수, 두 사람 모두 오랜 정치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경륜은 곧 지혜가 되지 못했고, 축적된 경험은 변화에 저항하는 도구가 되었다. 서열 중심의 권위주의, 기득권 연대의 본능, 새로운 세력에 대한 불신과 견제는 이들을 '정치 발전의 장애물'로 만들고 있다.

 

한국 정치가 청년 정치의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특정 인물들의 '귀환'은 정치의 순환이 아닌 정치의 퇴보로 인식된다. 이는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 구태정치가 아직도 한국 정치의 근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뼈아픈 증거다.

3. 정치적 책임보다 앞서는 셈법

손학규의 지지 선언은 정치적 메시지를 포함하지 않는다. 김문수 후보의 비전이나 정책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빠져 있고, 오직 ‘나라를 구할 사람’이라는 막연한 슬로건만이 남아 있다. 이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여론에 편승한 선언에 가깝다. 더 나아가 이는 야권 단일화 흐름에 편승한 것으로, 정치적 생존 본능이 만든 결과로 보인다.

 

정치 지도자가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할 때, 그 정치인은 시대의 짐이 된다. 손학규 전 대표는 김문수 지지를 통해 스스로를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인물로 만들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 기대를 걸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며, ‘정치 혐오’를 심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4. 국민은 변화를 원한다

오늘날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세대교체는 곧 정치문화의 교체, 가치와 시스템의 재정립을 뜻한다. ‘젊은 얼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은 기득권 중심의 연대와 원칙 없는 협력으로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손학규의 결정은 이러한 정치권의 이중성과 후진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구태정치의 고리를 끊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원로 정치인의 ‘백의종군’ 선언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선언이 정치적 존재감을 위한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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