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로(Mind Maze)
조국혁신당 논란으로 본 진보 정당 성 비위의 뿌리와 재발 방지 해법 본문
성평등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온 진보정당이 성비위 사건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정의당, 진보당, 조국혁신당에 이르기까지 당 대표나 중진 정치인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반복되었고, 사건 이후엔 은폐와 2차 가해, 피해자 징계라는 패턴이 이어졌다. 표면적 구호와 실제 조직문화가 괴리된 이 현실은 진보정당이 스스로 자초한 위기이자 사회 전체의 정치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다.
정의당의 김종철 전 대표는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고, 진보당 역시 지역 당원 조직에서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조국혁신당에서는 더 나아가 피해자뿐 아니라 그를 도운 조력자까지 징계하는 모습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과 위계가 교차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성평등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조직 보전을 우선시하는 집단적 위선이 빚어낸 구조적 병폐다.
이 문제는 결코 진보정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수정당 역시 성비위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차이는 “진보정당이 성평등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위선의 프레임이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기대치가 높은 만큼 충격은 크고, 그 파장은 정치 전반에 걸쳐 확산된다.
진보정당에서 드러나는 성비위 사건의 처리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자”는 논리가 등장한다. 피해자는 “조직의 대의를 해치지 말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문제 제기 자체가 배신으로 낙인찍힌다. 이어서 가해자 보호와 사건 축소, 피해자에 대한 신빙성 공격이 뒤따른다. ‘꽃뱀’ 프레임이 동원되고, 피해자의 사생활은 침해당한다. 피해자뿐 아니라 그를 지지한 조력자까지 징계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상조사는 미흡하고, 결과 발표는 지연되며, 처벌은 미온적이다. 피해자 보호는 뒷전이고, 사건은 조용히 봉합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고질적 문제다.
이 같은 은폐·2차 가해 패턴은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운동권 문화의 잔재와 맞닿아 있다. 합숙과 조직 내 위계,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 속에서 성적 일탈이 묵인·은폐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성평등이라는 가치는 구호로만 존재할 뿐, 실제 조직의 운영 논리에서는 늘 ‘차순위’로 밀려난다.
진보정당은 본래 성평등, 인권, 약자 보호를 앞세워 온 집단이다. 그러나 이 가치가 현실로 구현되기보다 “도덕적 우위”라는 이미지로만 작동할 때, 그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비위는 배가된 충격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진보정당은 내부 고발과 폭로 환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가 보수정당보다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건 자체가 더 자주 외부에 드러나며,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진보라서 더 잘 드러난다”는 차원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 진정한 문제는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과 위선적 조직문화다. 성평등을 구호로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위계적 질서를 유지하고, 성비위 은폐를 통해 권력층을 보호하는 구조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지도부부터 일반 당원까지, 정기적이고 의무적인 젠더 교육을 통해 성폭력의 본질, 권력형 성폭력의 위험, 2차 가해의 파괴성을 체화해야 한다. 교육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당내 평가와 승진, 공천 과정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둘째,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당내 윤리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은폐 도구로 전락한다면, 사건의 공정한 처리와 피해자 보호는 요원하다. 사건 발생 시 즉각적 분리 조치, 신속한 조사 개시,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지도부와 권력층에 대한 강력한 처벌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성비위 사건을 가볍게 처리하거나, 조직 보호를 이유로 은폐하는 지도부는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진정한 성평등 정치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 권력의 자기 제어에서 시작된다.
진보정당이 성비위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킨다면, 더 이상 진보를 자처할 자격이 없다. 인권과 성평등을 내세우는 정치세력이 내부 성폭력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정의당, 진보당,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은 이제 ‘말의 진보’가 아닌 ‘행동의 진보’로 증명해야 한다. 성비위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순간, 그 조직은 더 이상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구조적·문화적 대전환 없이는 같은 사건이 반복될 뿐이다.
성평등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을 조직의 뿌리부터 심고, 권력형 성폭력에 단호히 맞서는 정치만이 진보의 미래를 열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진보정당의 성비위”라는 부끄러운 반복이 우리 사회의 뉴스 제목에 오르내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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