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로(Mind Maze)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정 출두와 그를 따르는 이들의 심리 본문
2025년 5월 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및 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했다.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전원일치 파면 판결을 받은 인물임에도, 법원 앞에서는 여전히 그를 '대통령님'이라 부르며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정치 성향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집단심리의 위기이자 민주주의 성숙의 과제를 드러낸다.
1. 집단적 신념과 현실 부정: 인지부조화의 전형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수많은 범죄 혐의와 사법적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이를 부정하거나 '정치적 탄압'으로 해석한다. 이는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으로 설명된다. 자신이 오랫동안 지지해온 지도자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자아의 정체성과 충돌하므로, 오히려 외부 현실을 부정하거나 음모론으로 재해석하는 심리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되어 왔다. 특정 정치인이 '영웅'으로 이상화되면, 그의 실책이나 범죄조차 '이해할 수 있는 실수' 혹은 '더 큰 악에 맞서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합리화된다. 이로 인해 진실은 뒤로 밀리고, 허위의식이 정치를 잠식한다.
2. 권위주의 향수와 민주주의 이해의 결핍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검토 및 군 동원 계획은 명백한 헌정질서 위반이며,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일부 지지자들은 이를 '국가질서 수호'로 해석하며 오히려 환영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 법치주의, 권력분립에 대한 이해가 취약한 데서 기인한다.
특히 60대 이상 세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의 잔재는, 강한 지도자에 대한 향수와 맞닿아 있다. '나라를 구할 사람'이라는 구호 아래, 합법성과 절차보다는 통제와 단호함을 미덕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시민의식의 심각한 결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 책임 회피와 진영 논리: 지도자는 무결하다는 환상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혐의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았고, 측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를 '억울한 피해자'로 묘사한다. 이는 진영 논리와 지도자 무결성 환상의 산물이다.
이러한 집단은 "내 편은 어떤 잘못도 없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으며,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국가 전복 시도'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는 책임 회피의 문화, 정치적 맹신, 합리적 비판의 실종으로 이어지며 민주주의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4. 민주주의의 조건: 지도자보다 헌법을 신뢰하는 자세
민주주의는 인물에 대한 충성이 아닌, 원칙과 제도에 대한 신뢰 위에 서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행위"로 판단하며 전원일치로 파면했다. 이는 단지 정치적 심판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민주공화국의 자기방어였다.
그럼에도 그를 여전히 '대통령님'으로 호칭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무너뜨리는 행위다. 지도자가 잘못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묻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민의 태도가 없이는 민주주의는 언제든 권위주의의 회귀 앞에 무너질 수 있다.
5. 결론: 맹신이 아닌 성찰, 충성이 아닌 헌법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정 출두는 개인의 사법적 절차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다. 지도자 개인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언제나 사회를 분열시키고, 법 위에 사람을 두게 한다. 이는 곧 민주주의의 파괴다.
시민의 성숙한 정치의식은 비판적 사고와 법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이념을 떠나, 이제는 지도자의 카리스마보다 헌법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헌법 앞의 평등'과 '국민주권'이라는 민주공화국의 핵심 가치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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