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로(Mind Maze)

“노쇼는 범죄입니다” – 노쇼자의 심리 분석과 처벌 필요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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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는 범죄입니다” – 노쇼자의 심리 분석과 처벌 필요성

마인드헌터(MindHunter) 2025. 5. 1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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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병원, 공연장, 강연회, 체험 프로그램 등 예약 기반으로 운영되는 업종에서는 ‘노쇼(No-show)’가 일상적인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예약은 했지만 아무런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 무책임한 행동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비매너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무책임’이 아니라, 최근에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남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예약을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악의적인 노쇼가 늘고 있다는 데 있다.
 

 
경쟁 업체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특정 매장이나 강연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고의적인 허위 예약을 남발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예약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계약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사적인 감정이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상대방의 준비와 자원을 의도적으로 낭비시키는 행위는 단순한 매너의 문제를 넘어, 민·형사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실제로 이런 행동의 심리적 기반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특징들이 발견된다.
 
첫째,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이 강하다.
이들은 타인의 시간과 비용 손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의 불편과 피해를 기꺼이 감수하게 만든다.
 
둘째, 공감능력의 결여가 두드러진다.
상대가 얼마나 곤란을 겪을지를 상상하지 못하거나, 설령 인식하더라도 이를 무시한다.
 
셋째, 통제욕과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타인의 행동이나 일정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에서 일종의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넷째, 책임감이 없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법적 또는 도덕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며, 들켜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약속이나 사회 규범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기본적인 신뢰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적 약속의 가치를 무시하며,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법적 측면에서도 이런 행동은 충분히 문제 소지가 있다. 민사상으로는 계약 불이행(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특히 단체 예약이나 대규모 행사 예약처럼, 준비에 상당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된 경우 손해가 막대하다. 고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형사법상으로는 ‘노쇼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고의적인 허위 예약, 허위 신분 도용,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예약 취소 등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경찰관을 사칭해 허위 단체 예약을 한 후 노쇼한 사례에서 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여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문제는 입증의 어려움이다. 고의성이 명백하지 않으면 단순 실수나 변경된 사정으로 치부되어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업주는 예약자의 신원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금 제도나 계약서 작성 등 사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CCTV나 통화 기록 등 증거 확보도 중요한 수단이다.
 
노쇼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대책이 절실하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악의적 노쇼는 단순 피해가 아닌 ‘영업 방해’이자 ‘생계 침해’로 작용한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업계 차원의 정보 공유 시스템, 소비자 신뢰지수 도입, 반복 노쇼자에 대한 제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도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형사적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고, 노쇼 피해 신고 창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예약제 운영 사업장에는 사전 설명 자료나 안내 의무를 제도화할 수 있으며, 예약금 제도 활성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단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다.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노쇼는 단순한 실수나 부주의가 아닌, 타인의 삶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예약은 하나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어기는 것은 곧 사회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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